신호 없는 교차로 통행 우선순위

드라이브좋아·2026.08.25 15:28·조회 5

골목길이나 아파트 단지 옆 이면도로를 지나다 보면 신호등도 정지선도 없는 사거리를 만납니다.

양쪽에서 동시에 차가 나오면 서로 눈치를 보다가 같이 출발하고, 또 같이 멈춥니다. 저도 초보 때 이 상황이 가장 애매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도 법으로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6조가 그 순서를 네 단계로 정해 두었습니다.

순서를 알고 있으면 눈치 싸움이 줄고, 사고가 났을 때 과실비율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순서를 따지기 전에 — 신호 없는 교차로는 서행이 기본입니다

우선순위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속도를 줄이는 일입니다.

  • 서행 —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 않은 교차로에서는 서행해야 합니다(제31조 제1항 제1호).

  • 일시정지 — 그중에서도 좌우를 확인할 수 없거나 교통이 빈번한 교차로에서는 아예 멈춰야 합니다(제31조 제2항 제1호).

담벼락이나 길가에 주차된 차 때문에 좌우가 보이지 않는 골목 사거리가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천천히 지나가면 된다'가 아니라 '한 번 멈추고 확인한다'가 법이 요구하는 행동입니다.


양보 순서는 네 단계입니다

신호-없는-교차로-양보-순서-4단계.png

① 이미 교차로에 들어간 차가 먼저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 아니하는 교차로에 들어가려고 하는 차의 운전자는 이미 교차로에 들어가 있는 다른 차가 있을 때에는 그 차에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제26조 제1항).

이것이 1순위입니다. 상대가 좁은 길에서 나왔든 내 왼쪽에 있든, 먼저 들어가 있으면 그 차가 우선입니다.

뒤에서 볼 과실비율에서도 이 '선진입'이 가장 강하게 작동합니다.

② 넓은 길에서 오는 차가 먼저

"그 차가 통행하고 있는 도로의 폭보다 교차하는 도로의 폭이 넓은 경우에는 서행하여야 하며, 폭이 넓은 도로로부터 교차로에 들어가려고 하는 다른 차가 있을 때에는 그 차에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제26조 제2항).

흔히 말하는 '대로 우선'이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좁은 골목에서 큰길로 나갈 때 큰길 차가 먼저인 이유입니다.

다만 조문은 '폭이 넓은 경우'라고만 할 뿐 몇 미터 차이인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는 한눈에 봐도 폭이 다른 경우를 말하고, 그 정도가 아니라면 아래 ③번 규칙으로 넘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③ 동시에 도착했다면 오른쪽 차가 먼저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 아니하는 교차로에 동시에 들어가려고 하는 차의 운전자는 우측도로의 차에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제26조 제3항).

여기서 오른쪽은 내 조수석 쪽입니다. 면허 시험에서 가장 많이 외우는 규칙이지만, 보시다시피 세 번째 순서입니다.

상대가 이미 들어갔거나 넓은 길에서 왔다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소용이 없습니다.

④ 좌회전은 맨 마지막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 아니하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고 하는 차의 운전자는 그 교차로에서 직진하거나 우회전하려는 다른 차가 있을 때에는 그 차에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제26조 제4항).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의 비보호 좌회전과 원리가 같습니다. 마주 오는 직진·우회전 차를 모두 보낸 뒤에 도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넷이 나란히 놓인 규칙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내려가는 순서라는 점입니다. ①에서 답이 나오면 ②·③·④는 볼 필요가 없습니다.


사고가 나면 이 순서가 숫자로 확인됩니다

신호-없는-교차로-사고-과실비율-도표.png

손해보험협회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에는 신호 없는 교차로 사고 도표가 따로 있습니다.

위 순서가 숫자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면 이해가 빨라집니다.

같은 폭에서 직진끼리 부딪힌 경우 (도표 차12-1)

  • 동시에 진입 — 오른쪽에서 온 차 40 : 왼쪽에서 온 차 60

  • 오른쪽 차가 먼저 진입 — 30 : 70

  • 오른쪽 차가 나중에 진입 — 70 : 30

오른쪽에서 온 차라도 나중에 들어가면 과실이 70까지 올라갑니다. '우측 우선'이 '언제 들어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이 숫자가 보여 줍니다.

넓은 길과 좁은 길이 만난 경우 (도표 차12-2)

  • 동시에 진입 — 넓은 길 30 : 좁은 길 70

  • 좁은 길 차가 나중에 진입 — 20 : 80

  • 좁은 길 차가 먼저 진입 — 60 : 40

마지막 줄을 보시기 바랍니다. 좁은 길 차가 먼저 들어갔다면 넓은 길 차의 과실이 더 큽니다.

대로를 달린다고 해서 교차로를 그대로 통과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넓은 길 차에게도 서행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표지판이 있으면 표지판이 먼저입니다 (도표 차7-1)

일시정지 표지가 있는 쪽이 멈추지 않고 들어가 사고가 나면 기본 과실이 20 : 80입니다.

빨간 팔각형 '정지' 표지와 역삼각형 '양보' 표지가 그것입니다.

이 표지가 붙어 있으면 위의 ①~④를 따지기 전에 표지가 순서를 정합니다.

우회전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도표 차14-1)

같은 폭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와, 그 차의 오른쪽 도로에서 직진해 오는 차가 부딪히면 우회전 차가 70입니다.

우회전도 결국 남의 진로로 들어가는 행동이라 주의의무가 더 크다고 봅니다.

이 숫자들은 모두 기본값입니다. 서행하거나 일시정지한 사실이 인정되면 최대 10%까지 줄고, 과속·음주 같은 중대한 과실은 최대 20%까지 더해집니다.


"내가 먼저 들어갔다"는 말은 증명해야 합니다

표를 보면 선진입이 과실비율을 크게 바꿉니다. 그런데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양쪽 모두 "내가 먼저 들어갔다"고 말합니다.

결국 판단은 블랙박스 영상과 파손 부위로 갈립니다. 내 차 앞범퍼 모서리가 상대 차 옆면 운전석 쪽을 쳤다면 내가 나중에 들어간 쪽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내 차 옆면을 받혔다면 내가 먼저 들어가 있었다는 근거가 됩니다. 접촉사고 직후 무엇부터 찍어야 하는지는 앞선 글에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지나갑니다

1. 두 번 멈춥니다

담벼락이나 정지선 앞에서 한 번 멈춰 소리를 듣고, 차 앞부분만 조금 내밀어 좌우 시야를 확보한 뒤 다시 한 번 멈춥니다.

벽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골목에서는 이 '두 번 멈추기'가 사실상 유일한 방법입니다.

2. 시선은 오른쪽부터

③번 규칙 때문에 오른쪽에서 오는 차가 우선인 상황이 자주 생기는데, 하필 조수석 쪽 기둥에 가려 늦게 보입니다.

오른쪽 → 왼쪽 → 다시 오른쪽 순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3. 애매하면 양보가 남는 장사입니다

양보운전 의무를 위반하면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승합차 5만 원, 승용차 4만 원, 이륜차 3만 원, 자전거 2만 원입니다.

여기에 사고까지 나면 과실비율에서도 불리해집니다. 반대로 서행하거나 멈춘 사실은 과실을 최대 10%까지 깎아 줍니다. 기다리는 몇 초가 가장 싼 선택입니다.

4. 차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신호 없는 교차로 옆에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행자가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할 때에는 일시정지해야 합니다(제27조 제1항). 차끼리의 순서보다 이쪽이 먼저입니다.


세 줄 요약

  • 순서는 ① 이미 들어간 차 → ② 넓은 길 차 → ③ 오른쪽 차 → ④ 직진·우회전 차입니다 — 위에서부터 차례로 따집니다

  • '우측 우선'은 3순위입니다 — 선진입이나 대로 우선이 먼저 걸리면 오른쪽이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 신호 없는 교차로는 서행, 좌우가 안 보이면 일시정지가 기본이고, 멈춘 사실은 과실을 최대 10%까지 줄여 줍니다

신호가 없는 곳일수록 규칙을 아는 사람이 여유가 있습니다. 오늘 지나는 골목 사거리에서 한 번만 더 멈춰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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