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표지판 4종 — 상시 · 좌회전시 · 신호시
앞서 우회전 통행 방법을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우회전이 어려운 이유는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였습니다.
초록불이어도 못 가는 경우가 있고, 빨간불이어도 갈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턴은 정확히 같은 구조로 어렵습니다. 유턴 표지판은 어디서나 똑같은 파란 원이라, 그림만 보면 "여기서 유턴할 수 있다"까지만 알 수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언제는 그 아래 붙은 작은 흰 판에 적혀 있습니다. 이 판을 안 읽고 유턴하면 신호위반이 됩니다.
오늘은 그 작은 판 네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유턴 표지판은 두 부분으로 읽습니다
유턴 표지판은 항상 두 덩어리입니다.

파란 원 (지시표지) — '어디서'를 알려 줍니다. 여기가 유턴이 허용된 지점이라는 뜻입니다.
아래 흰 판 (보조표지) — '언제'를 알려 줍니다. 어떤 신호일 때 돌릴 수 있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파란 원은 어디서나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래 흰 판입니다. 지역마다 조건이 달라서, 늘 다니는 길이 아니면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① "상시" — 신호와 상관없습니다
흰 판에 '상시'라고 적혀 있거나, 아무 보조표지도 없는 경우입니다. 둘 다 같은 뜻으로, 흔히 비보호 유턴이라고 부릅니다.
앞의 신호가 초록이든 빨간불이든 신호는 조건이 아닙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와 지나가는 보행자를 방해하지 않을 때만 돌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초보 운전자가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상시'는 언제든 돌려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신호가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비보호 좌회전과 같은 성격입니다. 사고가 나면 판단 책임이 내 쪽으로 옵니다.
맞은편 차가 멀리 있어 보여도, 그 차가 초록불로 달려오는 중이라면 기다리는 편이 맞습니다.
② "좌회전시" — 좌회전 화살표가 켜질 때만
흰 판에 '좌회전시'라고 적혀 있으면, 신호등에 좌회전 화살표(초록 화살표)가 켜졌을 때만 유턴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자주 틀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직진 초록불로는 안 됩니다. 초록불이 켜졌으니 가도 되겠다고 판단해서 돌리면 신호위반입니다.
이 조건이 붙는 이유는 안전 때문입니다. 좌회전 화살표가 켜지는 동안에는 맞은편 직진 차가 멈춰 있습니다. 그 시간에 맞춰 돌리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표지가 있는 곳은 화살표를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편합니다. 맞은편을 살필 필요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③ "보행신호시" — 초록불인데도 기다려야 합니다
흰 판에 '보행신호시'라고 적혀 있으면, 바로 앞 횡단보도의 보행 신호가 초록일 때 유턴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차량 신호가 빨간불이어도 됩니다.
그런데 이 표지에는 생각해 봐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보행 신호가 초록이라는 것은, 그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너고 있다는 뜻입니다.
유턴이 허용되는 순간과 보행자가 길에 나와 있는 순간이 정확히 겹칩니다.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보행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면 일단 유턴 자격이 생깁니다.
하지만 보행자가 다 건널 때까지 기다립니다. 보행자 보호가 먼저입니다.
횡단보도가 비면 그때 천천히 돌립니다.
보행 신호 시간은 생각보다 넉넉합니다. 사람이 지나간 뒤에도 돌릴 시간은 남습니다.
사람 사이로 빠져나가려다 사고가 나면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 함께 걸립니다.
④ "신호시" — 유턴 전용 신호등이 따로 있습니다
흰 판에 '신호시'라고 적혀 있으면, 그 교차로에는 유턴 전용 신호등이 있습니다. U자 모양 초록 화살표가 켜지는 신호등입니다.
이 경우는 오히려 가장 쉽습니다. 내 신호가 따로 있으니 그것만 보면 됩니다. 차량 신호나 보행 신호를 해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유턴 신호등은 위치가 눈에 잘 안 띄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 신호등 옆에 작게 달려 있거나, 유턴 구역 앞쪽에 따로 서 있기도 합니다.
'신호시'라고 적혀 있는데 신호등이 안 보인다면, 유턴 구역 주변을 한 번 더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 밖에도 판은 여러 가지입니다
실제 도로에는 위 네 가지 말고도 여러 조건이 붙습니다. 원리는 모두 같습니다. 판에 적힌 조건이 성립할 때만 돌릴 수 있습니다.
'적색신호시' — 차량 신호가 빨간불일 때. 맞은편도 멈춰 있어 안전한 시간대입니다.
'직진신호시' · '직좌시' — 직진 신호, 또는 직진과 좌회전이 함께 켜질 때
시간 제한 — '07:00~09:00 금지'처럼 특정 시간대만 제한하는 경우
차종 제한 — '소형차만', '버스 제외'처럼 차종을 한정하는 경우
결국 외울 것은 조건 목록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유턴 표지를 보면 파란 원이 아니라 그 아래 판부터 읽는 것입니다.
어디서 돌릴 수 있나 — 중앙선이 백색 점선인 구간

유턴 구역에는 눈에 잘 안 보이는 표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노면의 중앙선입니다.
평소 중앙선은 황색 실선입니다. 그런데 유턴이 허용된 구간만 백색 점선으로 끊어 놓습니다. 이 점선이 "여기서는 중앙선을 넘어가도 된다"는 표시입니다.
대법원도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황색 중앙선이 있는 도로에서 유턴이 허용되어 중앙선이 백색 점선으로 표시된 구간에서 안전표지에 따라 유턴하다 사고가 났다면, 중앙선 침범 사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8941).
그 지점에서는 이미 중앙선을 넘는 것이 허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점선 구간을 벗어나 황색 실선에서 돌리면 중앙선 침범이 됩니다.
유턴 표지판이 저 앞에 보인다고 해서 그 앞에서 미리 돌리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대기할 때 두 가지
점선 구간 안에서 기다립니다. 앞으로 너무 나가 횡단보도를 물고 서면 보행자가 지나갈 수 없습니다.
좌측 방향지시등을 켭니다. 뒤차에게 "나는 여기서 돌린다"를 알려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유턴하려는 차인지 모르고 뒤에서 그대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겼을 때
조건이 아닐 때 돌린 경우 — 신호 · 지시위반입니다.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 + 벌점 15점입니다.
점선이 아닌 구간에서 돌린 경우 — 중앙선 침범이 되고, 벌점 30점입니다(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28).
벌점은 한 번의 위반으로 40점이 넘으면 그때부터 1점당 1일씩 면허가 정지됩니다.
유턴 한 번이 곧바로 면허정지가 되지는 않지만, 벌점이 쌓여 있는 상태라면 중앙선 침범 30점은 부담이 큽니다.
세 줄 요약
파란 원은 '어디서', 아래 흰 판은 '언제'입니다 — 확인해야 하는 쪽은 흰 판입니다
"좌회전시"는 초록 직진불로 안 되고, "보행신호시"는 보행자가 다 건넌 뒤입니다 — "상시"는 신호가 아니라 맞은편 차를 봅니다
돌리는 자리는 중앙선이 백색 점선인 구간입니다 — 실선에서 돌리면 중앙선 침범(벌점 30점)입니다
유턴은 조건이 많아 보이지만, 파란 원 아래를 한 번 더 보는 습관 하나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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